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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파사현정(破邪顯正)의 가치를 되새겨야

기사입력 2026-04-19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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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태룡(인문고전연구소 경인학당 대표)

다가오는 화요일은 고문진보 강의 6번째 주인공 시성 두보의 작품을 감상하는 시간이다. 수업을 준비하다가 문득 당나라 현종 때의 이림보와 춘추시대 미자하라는 인물이 떠올라 몇 자 적어본다.

역사의 수레바퀴는 언제나 사람을 실어 나르지만, 그 수레를 움직이는 동력은 인재를 고르고 배치하는 인사(人事)’라는 준엄한 원칙에서 나온다. 당나라의 전성기를 끝내고 안사의 난이라는 파국을 자초한 이림보와, 위나라 영공의 총명을 가리고 현자 거백옥을 밀어냈던 미자하의 행적은 시대를 달리하면서도 하나의 지점을 향해 수렴한다. 그것은 바로 권력의 사유화가 어떻게 국가라는 공적 시스템을 붕괴시키는가에 대한 인문학적 경고다.

이림보는 권력의 기술자였다. 그는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국가의 공적 인재 검증 시스템인 과거 제도를 기만했다. 천하의 수재들을 모아 시험을 치르게 한 뒤 단 한 명도 합격시키지 않으며 야무현능(野無賢能)’, 즉 조정 밖에 더 이상 인재가 없다는 거짓 보고로 황제의 눈을 가렸다. 이는 단순한 인사 비리를 넘어 국가의 지성적 토대를 거세한 범죄였다.

이 막힌 구조 속에서 두보는 단지 한 개인으로 좌절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발탁되지 못한 수많은 인재들의 상징이 되었고, 제도가 기능을 상실한 시대의 침묵을 대신하여 시로 고통을 증언해야 했다. 이림보가 문관의 견제를 피하고자 등용한 무지한 무장들은 결국 안록산의 난이라는 비수가 되어 황제의 심장을 겨누었다. 권력을 공적인 가치가 아닌 사적 보신을 위해 휘두를 때, 나라는 안에서부터 썩어 문드러진다는 것을 역사는 이림보의 구밀복검(口蜜腹劍)’을 통해 증명한다.

반면 미자하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공적 질서를 무너뜨렸다. 그는 제도를 조작한 것이 아니라, 제도 자체를 무력화시켰다. 위령공의 총애라는 변덕스러운 감정 위에 자신의 권력을 세움으로써, 인사라는 공적 기준을 사적인 기호로 대체해 버린 것이다. 현인 거백옥의 등용을 막고 군주의 판단력을 흐리게 만든 그의 권력은 공적 시스템이 아닌 ()’아첨에서 기인했다. 그러나 감정에 기반한 권력은 필연적으로 휘발성을 지닌다. 한비는 이를 두고 색쇠이애야 애야즉은색(色衰而愛弛 愛弛則恩絶)’이라 일갈했다. 미색이 쇠하면 사랑이 식고, 사랑이 식으면 은혜도 끊어진다는 뜻이다.

미자하가 위령공에게 먹다 남은 복숭아를 주었을 때 나를 얼마나 사랑하면 맛있는 것을 나누어 주느냐며 감격하던 영공은, 시간이 흘러 총애가 식자 똑같은 행위를 두고 감히 먹다 남은 것으로 나를 능멸했다며 죄를 물었다. 이것이 바로 여도지죄(餘桃之罪)의 본질이다. 미자하의 사례는 공적 기준이 사적 감정에 의해 대체될 때 권력이 얼마나 불안정해지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 두 인물이 초래한 어둠을 걷어낸 것은 결국 죽음을 무릅쓴, 혹은 죽음마저 도구로 삼은 숭고한 충절이었다. 위나라의 사어는 생전에 미자하를 축출하지 못한 것을 자책하며, 자신의 시신을 장례 지내지 말고 창가에 두어 임금을 깨우치라는 시간(屍諫)’을 남겼다. 살아서는 직언이 막히고, 죽어서야 진실이 전달되는 이 장면은 이미 공적 시스템이 붕괴되었음을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이 처절한 죽음의 침묵 앞에 혼군이었던 영공은 비로소 깨어났고, 미자하를 내치고 거백옥을 등용함으로써 국가는 자정 작용을 회복했다.

결국 인재 등용은 한 국가의 사활을 결정하는 일이다. 제도를 왜곡하여 인재를 가로막는 권력과, 감정으로 제도를 대체하여 기준을 허무는 권력은 방식만 다를 뿐 동일한 파국으로 이어진다. ()가 정()을 가리고, 아첨이 직언을 잠재우며, 시스템이 특정 개인이나 세력의 전유물이 될 때 공동체는 소멸의 길로 접어든다. 이림보의 노회한 술수와 미자하의 간사한 영합은 오늘날 우리 사회에도 여전히 유령처럼 배회하고 있다.

우리는 이들의 사례를 통해 다시금 파사현정(破邪顯正)의 가치를 되새겨야 한다. 그릇된 것을 깨뜨리고 바른 것을 드러내는 공정한 인사야말로 국가의 명운을 지탱하는 가장 강력한 보루이기 때문이다. 공정한 인사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조건이다.

인재는 찾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마음껏 역량을 펼칠 수 있는 투명한 토양을 만드는 데서 비롯된다. 파사현정은 그 출발점이며, 역사는 이를 외면한 대가가 얼마나 혹독한지를 준엄하게 꾸짖고 있다.

 

관리자 (gptime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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