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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일 2026-08-09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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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욕심과 열정 사이

기사입력 2026-08-03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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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태룡(서울 중랑구청 인문학 전문강사)

며칠 전 고향에서 초등학교 친구들을 만났다. 모두 60대 중후반을 살아가는 나이다. 마라톤에 매진하는 내게 한 친구가 말했다.

이제는 욕심을 내려놓고 운동량을 줄여. 나는 자전거를 쉬엄쉬엄 탄다.”

그 말에는 나를 걱정하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나는 선뜻 동의하기 어려웠다. 내가 오늘도 운동화 끈을 묶는 이유는 결과를 향한 욕심이 아니라, 아직 식지 않은 열정 때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지난해 나는 예전만큼 빠른 기록은 아니었지만 전년도보다 하프마라톤은 5, 풀코스는 10분을 단축했다. 물론 나이가 들면서 몸이 예전 같지 않은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통증이 오래가면 노화인가, 건강 이상인가고민하며 병원을 찾는다. 혈액검사와 여러 검사를 받은 뒤 특별한 이상이 없다는 결과를 들으면, 나는 다시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들판을 향해 달린다.

누군가는 이것을 욕심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달릴 때마다 스스로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진다.

나는 무엇을 위해 달리는가?”

만약 남보다 빠른 기록을 세우고 인정받기 위해 달린다면 그것은 욕심이다. 기록이 떨어지는 순간 좌절하고,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초조해진다면 그 힘은 오래가지 못한다.

그러나 내게 달리기는 살아 있음을 확인하는 시간이다. 하루를 성실하게 마무리하는 의식이며 몸과 마음을 단련하는 수행이다. 기록은 목표일 뿐 목적은 아니다. 달리는 과정 자체가 내 삶의 의미다.

아우슈비츠를 살아남은 정신과 의사 빅터 프랭클은 인간에게 남겨진 마지막 자유는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태도를 선택하는 자유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 태도를 끝까지 지탱하는 힘은 삶의 의미라고 강조했다. 결국 인간을 움직이는 것은 환경도, 나이도 아니라 자신이 발견한 삶의 의미다.

그렇다면 욕심과 열정은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

욕심은 결과를 소유하려는 마음이다. 남과 비교하며 인정받기를 원하고, 목표를 이루지 못하면 쉽게 무너진다. 그래서 욕심은 늘 불안과 조급함을 동반한다.

반면 열정은 의미를 향해 나아가는 힘이다. 어제의 나보다 조금 더 성장하는 것을 기뻐하고, 오늘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과정에서 만족을 찾는다.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이유는 의미가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욕심은 타인을 이기려 하지만, 열정은 자신을 성장시킨다. 욕심은 성취를 위해 사람을 이용하기 쉽지만, 열정은 함께 성장하는 에너지가 된다. 욕심이 결핍에서 시작된다면, 열정은 삶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기록이 조금씩 느려지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삶의 의미까지 늙는 것은 아니다. 의미를 가진 사람은 속도보다 방향을 잃지 않는다.

60대 중후반을 넘어서니 내 인생에서 가장 젊은 날은 언제나 오늘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래서 지금 내려놓아야 할 것은 열정이 아니라 집착이다. 기록에 대한 집착, 남과의 비교, 인정받고 싶은 마음은 내려놓을 수 있다. 그러나 삶을 뜨겁게 사랑하는 열정만큼은 마지막 순간까지 간직하고 싶다.

폭염의 태양이 작열하는 도로 위로 오늘도 나는 발걸음을 내딛는다. 어제의 기록을 깨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늘 주어진 삶을 더욱 충실히 살아가기 위해서다. 열정은 나이를 잊게 하는 힘이 아니라, 나이를 품고도 삶의 의미를 향해 걸어가게 하는 힘이다. 의미를 품은 나의 달리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관리자 (gptime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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