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종관(가평타임즈 영상본부장)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경기도의 부채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충분히 갚을 수 있다"던 자신감은 불과 1년 만에 거대한 의문 앞에 섰다.
새로 출범한 경기도 집행부는 8월 5일 재정 비상상황을 공식 선언하며, 경기도 재정이 예상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도민들이 충격을 받는 이유는 단순히 재정이 어렵다는 사실 때문만이 아니다. 지금까지 "건전하다"고 설명해 왔던 재정이 실제로는 지방채를 발행 한도에 가깝게 사용하고, 각종 기금을 일반회계로 전용했으며, 올해 예산조차 12개월이 아닌 9개월분만 편성된 상태였다는 설명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만약 이러한 발표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는 단순한 재정난을 넘어 행정 신뢰의 근간을 흔드는 문제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민생 분야다. 노인장기요양, 학교급식, 산후조리비, 농작물재해보험, 시내버스 공공관리제 등 도민 생활과 직결되는 사업들의 예산이 충분히 확보되지 못했다는 설명은 재정 위기가 결국 가장 약한 곳부터 흔들릴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재정 운용의 실패는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복지와 안전, 교육, 농업, 교통서비스 등 도민 삶의 질과 직결되는 문제다.
물론 이번 발표는 현 집행부의 설명이다. 재정 악화의 원인이 전임 집행부의 정책 때문인지, 경기침체와 부동산 거래 감소 같은 구조적 요인 때문인지, 또는 두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인지는 객관적인 자료와 검증을 통해 확인되어야 한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도민들이 정치적 공방이 아니라 정확한 진실을 원한다는 점이다.
특히 이번 경기도의 재정 비상선언은 재정자립도가 낮은 가평군과 같은 북동부 산간지역에는 그야말로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이다.
가평군은 자체 세입 기반이 취약해 주요 지역개발사업과 도로·관광·복지·재해복구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도비 지원 비중이 매우 높은 지방자치단체다. 경기도의 재정 여건이 악화될수록 가장 먼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큰 곳 역시 이러한 재정 취약지역이다.
가평군은 이미 수도권정비계획법, 상수원보호구역, 군사시설보호구역 등 각종 중첩규제로 지역 발전이 오랫동안 제약을 받아왔으며, 인구감소지역이라는 현실까지 안고 있다. 자체 재원만으로는 대규모 투자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도비 확보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만약 경기도가 강도 높은 재정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도비 지원사업을 축소하거나 연기할 경우, 가평군의 주요 현안사업과 주민 복지사업은 상당한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결국 경기도 재정위기는 경기도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가평군을 비롯한 재정 취약 시·군의 미래와 직결된 문제다. 경기도가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은 불가피할 수 있지만, 그 부담이 재정 여력이 가장 약한 지역에 집중되어서는 안 된다. 재정개혁은 필요하지만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지방자치의 가치 또한 함께 지켜져야 한다.
이제 필요한 것은 서로를 향한 책임 공방이 아니다. 전임 집행부는 당시 재정 운영의 근거를 투명하게 설명해야 하고, 현 집행부는 위기 선언에 그치지 말고 실질적인 재정 정상화 방안과 민생 보호 대책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경기도의회 역시 여야를 떠나 철저한 검증과 책임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부채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과 "재정 비상상황"이라는 선언 사이에는 불과 1년의 시간밖에 없다. 그러나 그 1년의 변화는 1,420만 경기도민은 물론, 도비 지원에 의존하는 가평군과 같은 기초자치단체의 미래를 좌우할 만큼 결코 가볍지 않다.
행정의 신뢰는 낙관적인 구호가 아니라 투명한 재정 공개와 책임 있는 운영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경기도는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