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신동진 [다주리 한우곰탕 운영]
"여행해서 무엇하겠는가?
산을 넘으면 또 산이요, 들을 지나면 또 들이다. 결국 끝은 없을 것이니, 나는 끝내 나의 '둘시네아'를 찾지 못할 것이다. 다만 태양과 별빛, 숲과 계곡, 꽃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나에게는 '보로메섬'이 될 수 있다."
곽해용의 『60대 거침없는 인생』에 인용된 장 그르니에의 『섬』 중 일부 구절을 읽으며, 문득 스스로에게 물었다.
밤하늘의 별처럼 빛나는 나의 ‘보로메섬’은 대체 어디에 있을까?
꼭 멀리 떠나야만 만날 수 있는 곳일까?
가평천 엽광교,
승안천 계량교,
보납산 약수터,
마장리 들판길,
자라섬 산책로,
와룡추 소릿길.
돌이켜보니, 내가 사랑하는 이 모든 곳이 이미 나의 ‘보로메섬’이었다.
이른 아침 서늘한 산바람이 불어오는 용추계곡 둘레길을 걸으며 벽계수가 속삭이는 소리에 귀 기울이고, 키 큰 잣나무 사이로 햇빛이 스며드는 숲길을 걸으며 계곡물 냄새를 맡고, 이름 모를 새들의 노래를 듣는다.
그곳에서 새로운 시를 만나고, 뒤늦게 알아버린 이른 아침과 어둑해져 가는 여름밤의 고독마저 사랑하며 살아가리라.
나의 ‘보로메섬’은 먼 곳에 있는 이상향이 아니라, 오늘 내가 걷고 있는 가평 땅, 이 길 위에 있었다.
(곽해용, 『60대 거침없는 인생』을 읽고)
*보로메섬: 이탈리아 북부 마조레 호수에 위치한 아름다운 군도.
*둘시네아: 『돈키호테』에 등장하는 주인공 돈키호테의 이상적인 연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