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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칼럼] 군자(君子)처럼, 신선(神仙)처럼

인본주의와 자연주의 사상 비교론

기사입력 2026-08-14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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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용(가평군 전문위원. 경영학박사)

조선시대 고을 수령이 새로 부임하면 공자와 성현들에게 고하고 목민관으로서 백성을 위한 선정을 베풀어 지역발전과 백성들의 안녕을 위해 일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의식은 오늘날 지역사회의 대표적인 향토 문화유산으로 자리잡았다. 최근 지역 향교에서 주관한 고유례(告由禮) 행사가 바로 그 문화 의식이다. 해마다 정기적으로 치르는 유교의 석전대제(釋奠大祭) 종교의식과 달리, 고유례는 일이 있음을 고한다라는 뜻으로, 국가나 지역사회에 중요한 일이 생겼을 때 공자 문묘에 그 사실을 알리고 예를 올리는 의식이다. 지역 유림과 군수가 전통 예법에 따라 헌작과 분향 등의 의식을 봉행하며 성현들의 가르침을 되새기고 군민을 위한 책임 있는 군정 구현을 다짐했다고 전해진다.

지역 전통문화를 대표하는 유교 의식의 근본은 중국 춘추전국시대에 세상의 혼란을 수습하고자 해결책을 찾으려 했던 공자의 인본주의 사상에서 유래한 것이다. 공자는 어지러운 천하의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현실적 인간 본성 회복에 집중했으며, 이러한 가치관을 바탕으로 유가사상(儒家思想)을 창시했다.

공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초자연적 존재나 사후 세계보다는 인간중심의 현실에 집중했다. 공자 사후 제자들이 편찬한 <논어> 선진편에 인간 존중의 사상이 잘 드러나는 기록이 있다. 한 제자가 귀신을 섬기는 법에 관해 묻자, “사람도 제대로 섬기지 못하면서 어찌 귀신을 섬기겠는가?”라고 단호하게 답했다. 이어 죽음이 무엇인지 묻자, “삶에 대해서도 모르는데 어찌 죽음에 대해 말하겠는가?”라며 인간중심 철학을 확고히 했다. 그는 사회적 혼란이 도덕성의 타락과 공동체 규범의 붕괴에서 비롯되었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간 내면의 도덕적 본성인 을 회복해야 하며 사회적 규범인 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자 사후 약 100년 뒤 맹자에 이르러 공맹사상(公孟思想)’이 정립되었다. 맹자는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선한 본성을 지니고 있다는 성선설을 바탕으로 유학을 체계화했다. 만약, 어린아이가 우물가를 향해 기어가는 모습을 보면, 누구라도 조건 없이 아이를 구하려는 마음이 든다. 이러한 행동은 칭찬을 듣기 위함이 아니며, 이웃 사람들로부터 좋은 평판을 얻으려는 계산에서 나온 것도 아니다. 인간 본연의 순수하고 숭고한 정신이자, 타인의 불행이나 고통을 외면하지 못하는 마음, , 측은지심(惻隱之心)이다. 맹자는 인간 내면에 깃든 도덕적 실마리를 잘 키워 인의예지(仁義禮智)’를 실천할 때 비로소 정의롭고 평화로운 사회가 완성된다고 보았다. 유교는 인간이 성실한 자기 수양을 거쳐 사회적 책무를 다해야 한다는 군자 정신을 잘 보여준다.

한편, 유가사상의 반대편에는 인위적인 도덕과 규범을 완전히 다르게 보고 해결책을 제시한 또 하나의 철학적 흐름이 나타났다. 바로 노자가 창시한 도가사상(道家思想)이다. 예의범절과 제도가 사회를 구원하는 도구가 아니라 오히려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성을 획일화하는 인위적 틀에 불과하다고 보았다. 그래서 문명과 인위적인 지식을 배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자는 도덕경(道德經)을 통해서 아무것도 억지로 하지 않으면서도 온전히 자연의 순리와 흐름에 몸을 맡기는 무위자연(無爲自然)의 철학을 제시했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억지스러움을 버리고 삶을 자연의 본성에 일치시킬 때 세상의 자유와 평화가 저절로 찾아온다는 뜻이다.

노자 이후 약 150년 뒤에 등장한 장자는 인간 내면적 자유와 정신적 해방의 경지인 소요유(逍遙遊)’를 통해서 노장사상(老莊思想)’으로 한 단계 더 발전시켰다. 소요유란 세속적인 가치관과 지식의 틀을 완전히 벗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나아가 인간을 얽매는 근원적 굴레인 삶과 죽음, 성공과 실패의 이분법까지 초월하여 아무 제약 없이 대자연 속을 자유롭게 거니는 신선의 삶을 추구한다.

도가 사상가들의 글을 모은 <장자>에는 자신들이 추구하는 자연주의적 절대 자유를 설명하기 위해, 유교가 강조하는 엄숙주의와 도덕적 독단을 글로써 날카롭게 풍자하는 방식을 취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장자> 잡편 제29편에 수록된 도척과 공자의 대화 내용이다. 하루는 공자가 친구 유하계의 동생이자 악명 높은 도둑인 도척을 도덕으로 감화시키겠다며 찾아갔다. 때마침 도척은 태산 밑에서 졸개들과 함께 사람의 간을 썰어 먹으며 쉬고 있었다. 공자는 살벌한 분위기 속에서도 예의를 갖추며 장군처럼 훌륭한 재능을 가진 분이 왜 도둑질을 하십니까? 성인들의 가르침을 따라 인의를 행하신다면, 천하에 명성을 떨치고 제후가 될 수 있습니다라며 설득했다. 그러자 도척이 눈을 부릅뜬 채 불같이 화를 내며 공자를 향해 일갈했다. “이놈, 공구야! 네가 말하는 인의라는 것은 결국 권력자에게 아부하여 자리를 얻고, 백성들을 통제하려는 위선 아니냐? 너는 농사일도 하지 않으면서 좋은 옷을 입고 따뜻한 밥을 먹으며, 입만 열면 성인을 들먹이며 사람들을 속이고 있다. 진짜 큰 도둑은 나처럼 칼을 든 자가 아니라, 혓바닥으로 천하를 훔치는 너 같은 지식인들이다! 썩 물러나지 않으면 네놈의 간을 빼서 점심으로 먹겠다.” 공자는 도척의 무자비한 기세에 말문이 막힌 채, 얼굴이 흙빛이 되어 달아나듯 수레에 올랐다.

도가 후학들에 의해 <장자> 잡편에서 꾸며 낸 이 우화는 공자와 도척이 논쟁을 벌이는 모습을 통해 유교 사상의 한계를 비판하고자 했다. 인의예지를 앞세워 혼란스러운 세상을 구하겠다는 공자의 인본주의적 사상은, 도가 학파의 관점에서 볼 때 오히려 인간의 본성을 억압하고 통제하는 인위적인 허장성세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동양사상의 두 갈래인 공맹사상과 노장사상은 이렇듯 선명하게 대조를 이루면서 우리나라 문화에 영향을 미쳤다. 모름지기, 현대 인류문명은 이 두 사상의 공존 속에서 발전하고 있다. 하나는 도덕과 인의의 가치를 바로 세워 정의롭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유가적 관점이며, 다른 하나는 경쟁과 압박에서 벗어나 맑은 자연 속에서 내면의 치유를 얻고자 갈망하는 도가적 시선이다. 궁극적으로 유교가 추구하는 인간상은 도덕적 품격을 갖춘 군자이며, 도교가 지향하는 인간상은 자연과 하나가 된 신선인 셈이다. 이 상반된 두 사상은 결국 우리들 삶의 낮과 밤을 채우는 음양으로 작동하게 된다.

어쩌면 현대인들에게는 이 두 세계를 유연하게 오가는 지혜로움이 필요할지 모르겠다. 낮에는 인의예지를 바탕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군자로 살고, 밤에는 자연의 순리 속에서 절대적 자유를 구가하는 신선으로 살아가는 지혜, 이 두 갈래의 사상이 삶의 균형추를 이룰 때 우리는 비로소 유익하고 행복한 인생을 구가할 수 있을 것이다.

 

관리자 (gptime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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