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평군 북면에 사는 70대 노부부가 45세 발달장애 딸을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평생 자녀를 돌봐온 부모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자신들이 세상을 떠난 뒤 딸의 삶이다. 부부는 8월 18일 “부모 사후 아이가 갈 곳이 없다”며 절박한 심정을 호소했다.
노 부부는 현재도 하루 24시간 딸을 돌보고 있다. 딸은 주간보호시설과 복지관 서비스를 일부 이용하고 있지만 이용 시간에는 한계가 있다. 부모는 “지금은 우리가 돌볼 수 있지만 우리 부부가 없어진 뒤가 가장 걱정”이라며 “발달장애인은 누군가의 지속적인 돌봄이 없으면 생활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부모는 특히 단기보호소와 그룹홈 등 발달장애인을 위한 지역 돌봄시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복지관에 오지 못하는 발달장애인들은 사실상 방치되는 경우도 있다”며 “가평군 차원의 선제적인 대책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가평군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등록 장애인 가운데 지적장애인은 605명, 자폐성 장애인은 45명으로 발달장애인은 약 650명에 이른다. 이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지속적인 돌봄을 필요로 하는 주민과 그 가족이 지역사회에 상당수 존재한다는 의미다.
현재 가평군에는 꽃동네 성빈센터 환경마을과 가난한 마음의 집 등 민간 장애인 생활시설이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군이 직접 운영하는 발달장애인 보호시설은 없다. 군 관계자는 “발달장애인 전용 제공기관은 법적으로 민간이 설치·운영해야 한다”며 “현재 중증 발달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전용 제공기관이 없어 지속적으로 공모를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 유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히 농촌지역인 가평은 도시지역에 비해 전문 돌봄 인력과 관련 시설이 부족하고 이동 여건도 열악하다. 민간사업자의 참여만 기다릴 경우 발달장애인 가족들은 시설이 마련될 때까지 계속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부모의 고령화와 건강 악화까지 고려하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문제라는 지적이다.
발달장애인 돌봄은 한 가정만의 문제가 아니다. 부모가 살아 있을 때부터 지역사회가 돌봄 기반을 마련해야 부모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자녀가 안전하고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다. 가평군이 가족들의 절박한 목소리에 귀 기울여 실질적인 시설 확충과 돌봄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