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 명이 몰리는 대규모 행사에서 안전관리와 차량 통제가 필요하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러나 안전을 명분으로 취재진의 정당한 취재 활동까지 과도하게 제한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지난 8월28일 오전 자라섬에서 열린 경기도 장애인 생활체육대회 개회식에서 오히려 현장 취재 기자들이 출입과 촬영 과정에서 불편을 겪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행사 운영의 세심함이 부족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주최 측의 사전 취재지원(Press Center) 준비가 사실상 없었다는 점이다. 대규모 행사를 앞두고 있다면 집행부는 사전에 취재를 희망하는 기자들을 파악하고, 행사장 출입 절차와 취재 가능 구역, 사진·영상 촬영 위치, 프레스존 운영 등 구체적인 현장 취재방법과 협조사항을 미리 안내했어야 한다.
하지만 이번 행사에서는 이 같은 사전 소통과 안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결국 기자들이 현장에 도착한 뒤 출입과 촬영 문제를 직접 확인해야 했고, 주최 측은 물론 현장에서 검은복장에 위압적인 경비용역 인력과도 얼굴을 붉히는 상황이 빚어졌다.
또한, 기자와 경비용역 인력이 취재와 출입 문제를 놓고 언쟁을 벌이는 모습이 생방송 화면에 그대로 노출되면서 행사장을 찾은 참가자와 관람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경비용역 인력에게 행사 전체의 취재 운영방침과 기자들의 촬영 동선 등에 대한 충분한 사전 교육과 공유가 이뤄졌는지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주최 측의 명확한 지침이 현장 인력에게 전달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비와 통제만 강화된다면 결국 그 부담은 기자와 참가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행사장 출입 과정에서 기자들에게 무리하게 비표를 요구하는 등 출입 절차가 지나치게 엄격하게 운영됐다는 불만도 나왔다. 기자의 신분과 취재 목적이 확인된 상황에서도 일률적인 통제에만 의존한다면 현장 취재의 본질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더 큰 문제는 프레스존과 촬영 공간이다. 대규모 체육행사라면 사진·영상기자가 주요 장면을 제대로 담을 수 있도록 별도의 프레스존과 촬영 위치를 사전에 마련하는 것이 기본적인 언론 지원이다.
하지만 현장에는 일반적인 통제선만 설치돼 망원렌즈를 이용한 원거리 촬영 외에는 기자가 선택할 수 있는 촬영 위치가 제한됐다는 지적이다. 취재진 입장에서는 ‘취재하려면 알아서 하고, 통제는 그대로 따르라’는 식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현장 분위기가 연출됐다.
개막식 전날과 당일에도 이 문제를 둘러싸고 주최 측과 일부 기자들 사이에 언쟁이 오가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행사를 원활하게 진행해야 할 주최 측과 현장을 기록해야 할 언론이 서로 불편한 관계로 마주하는 모습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언론인 취재·촬영 지원공간도 이름만 ‘지원공간’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기자 등록과 출입증 발급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실제 취재에 필요한 촬영 지원, 기자 휴게공간, 기사 작성공간 등 실질적인 언론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사진기자는 행사의 결정적인 순간을 기록하는 사람이다. 선수의 표정, 가족의 응원, 관람객의 반응, 시상식의 순간 등 현장의 핵심 장면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독자에게 행사의 실상을 제대로 전달하기 어렵다.
영상기자 역시 마찬가지다. 영상 취재의 핵심은 화려한 화면이 아니라 현장성·사실성·인물의 표정·현장음이다. 촬영 동선과 위치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는다면 현장의 생생함을 담아내는 데 한계가 생길 수밖에 없다.
현장 취재기자는 주최 측 보도자료를 받아 적는 사람이 아니다.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왜, 어떻게 했는지를 직접 확인하고 참가자와 가족, 자원봉사자, 주민, 관람객의 목소리를 담아 독자에게 전달하는 것이 기자의 역할이다.
행사의 좋은 모습만 전달하는 것도 현장 취재의 전부가 아니다. 현장에서 발생하는 불편사항과 안전 문제, 운영상의 허점까지 살펴야 독자가 행사 전체를 제대로 판단할 수 있다.
그런데 취재기자의 이동과 촬영을 지나치게 제한한다면 결과적으로 행사장에서 벌어진 실제 모습을 기록하고 전달할 기회마저 차단하는 셈이 된다.
행사 진행요원의 복장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검은색 작업복 형태의 복장은 대규모 행사장에서 진행요원과 일반 참가자·관람객을 쉽게 구분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안전과 질서 유지를 위해서라도 역할과 소속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복장과 명찰, 역할 표시 등을 갖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무엇보다 이번 대회가 장애인 생활체육인들의 화합과 소통을 위한 행사라면 운영 방식부터 그 취지에 걸맞아야 한다. 행사 규모가 클수록 현장 통제는 정교해야 하지만, 언론 취재지원 역시 그에 걸맞게 준비돼야 한다.
사전에 기자들의 취재 수요를 파악하고 촬영구역과 동선을 지정한 뒤 주최 측과 경비용역 인력에게 동일한 지침을 공유했다면 현장에서 기자와 경비인력이 얼굴을 붉히는 불필요한 충돌도 상당 부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기자를 통제하는 데 급급할 것이 아니라 기자가 현장을 제대로 기록할 수 있도록 공간과 동선을 제공하는 것이 진정한 언론 지원이다.
주최측은 이번 대회를 계기로 출입증 발급과 통제선 설치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사전 취재지원 체계와 현장 언론 대응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점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