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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일 2026-09-11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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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방관의 시대를 넘어 ‘행동하는 시민’의 길을 묻다

- 제1회 이어도지키기 아카데미에 붙여 -

기사입력 2026-09-04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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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태룡 () 이어도지키기국민운동 대표

우리는 오늘 강릉 경포대, 허균의 흔적이 남은 곳에서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 살아갈 것인가?”라는 무거운 질문을 마주합니다. 허균은 불합리한 현실을 알고도 침묵하는 대신, 기꺼이 문제를 제기하고 행동하는 호민(豪民)’이 될 것을 촉구했습니다. 시대의 곁불을 쬐는 데 만족하는 방관자가 아니라, 시대의 주인이 되기 위해 우리는 어디에 서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요? 시대를 초월한 고전(古典)의 가르침은 오늘날 우리가 걸어가야 할 구체적인 시민의 길을 비춰줍니다.

우리는 종종 세상이 정해놓은 성공의 기준에 흔들립니다. 하지만 공자는 논어(論語)에서 부이가구야, 수집편지사, 오역위지. 여불가구, 종오소호(富而可求也, 雖執鞭之士, 吾亦爲之. 如不可求, 從吾所好)”라고 단언했습니다. 부귀를 구할 수 있다면 말채찍을 잡는 천한 일이라도 하겠지만, 도리에 맞지 않는다면 내가 좋아하는 바를 따르겠다는 뜻입니다. 이는 자기 삶의 기준을 외부의 평가에 맡기지 않겠다는 선언입니다.

모두가 침묵하고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 문제일지라도, 그것이 내 삶의 도리에 맞고 옳은 길이라면 기꺼이 그 길을 걸어가야 합니다. 시대가 나에게 무엇을 해줄 것인가를 묻기보다, 내가 시대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묻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장자(莊子)추수(秋水)편에서 기련현, 현련사, 사련풍, 풍련목, 목련심(夔憐蚿, 蚿憐蛇, 蛇憐風, 風憐目, 目憐心)”이라는 우화를 통해 끊임없이 타인을 동경하는 인간의 모습을 꼬집습니다. 외발 짐승 기는 지네를 부러워하고, 지네는 뱀을, 뱀은 바람을 부러워합니다. 바람은 눈을, 눈은 마음을 부러워합니다. 모두가 남의 것을 부러워하느라 정작 자신의 가능성을 놓치고 맙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남의 자리를 부러워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입니다. 거창한 무대가 아니더라도 학생은 학생의 자리에서, 교사는 교사의 자리에서, 시민은 시민의 자리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때 비로소 굳건한 사회가 만들어집니다.

나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시민은 필연적으로 사회와 국가의 문제로 시선을 확장하게 됩니다. 우리의 해양 권익과 미래세대의 생존권이 달린 이어도문제가 대표적입니다.

맹자(孟子)유인자위능이대사소, 유지자위능이소사대(惟仁者爲能以大事小, 惟智者爲能以小事大)”라며, 어진 사람은 큰 나라로서 작은 나라를 섬기고, 지혜로운 사람은 작은 나라로서 큰 나라를 섬긴다고 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힘의 논리만으로 국제관계를 바라보지 않는 상생과 지혜의 질서를 보여줍니다.

이어도 문제 역시 감정적인 영토 논쟁이나 힘의 대결로만 접근해서는 안 됩니다. 작은 나라도 지혜롭게 접근해야 국가를 보전할 수 있듯, 역사와 국제법, 해양과학에 대한 합리적인 학습을 바탕으로 대응하는 것이 오늘날 시민이 갖춰야 할 성숙한 시민의식입니다.

이러한 문제들에 침묵할 때 어떤 비극이 찾아오는지 우리는 역사를 통해 배웁니다. 독일의 루터교 목사 마르틴 니묄러(Martin Niemöller)는 전후 참회록을 통해, 다른 사람들이 끌려갈 때 자신과 관계없는 일이라며 침묵했고, 결국 자신을 위해 말해 줄 사람이 아무도 남지 않았다는 취지의 고백을 남겼습니다.

누군가의 권리가 침해되고 우리의 권익이 위협받을 때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며 눈감는 방관은 결국 자기 자신을 향한 칼날이 되어 돌아옵니다.

김구 선생이 애송했던 야설(夜雪)은 시민의 행동이 지니는 무거운 책임감을 일깨웁니다.

답설야중거 불수호란행 금일아행적 수작후인정

(踏雪野中去 不須胡亂行 今日我行跡 遂作後人程)”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 함부로 걷지 말라는 것입니다. 오늘 내가 남긴 발자국이 마침내 뒷사람이 따라갈 길이 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오늘 어떤 발자국을 남길 것인가는 결국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침묵의 발자국을 남길 것인가, 아니면 누군가가 따라올 수 있는 길을 만들 것인가.

시대의 방관자가 아닌 주인이 되기 위해,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자리에서부터 행동에 나서야 합니다.

먼저 배우는 시민이 되어야 합니다. 모르는 것을 섣불리 주장하기 전에 이어도와 해양 공간이 지닌 가치, 역사와 국제법, 해양과학을 정확히 배워야 합니다.

다음으로 말하는 시민이 되어야 합니다. 오늘 고전을 통해 깨달은 바와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에 대해 주변 사람들과 나누고, SNS를 통해 널리 알리는 시민이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행동하는 시민이 되어야 합니다. 사회와 국가의 문제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필요한 곳에서 연대하고, 작은 일이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실천해야 합니다.

배우는 데서 멈추지 말고, 말하는 데서 멈추지 말고, 마침내 행동하는 시민이 되어야 합니다.

오늘 우리는 허균의 흔적 앞에서 다시 묻습니다.

나는 어떤 사람으로 살 것인가?”

시대의 곁불을 쬐며 남이 만들어 놓은 길을 따라갈 것인가, 아니면 내가 걸은 발자국으로 누군가가 따라올 길을 만들 것인가.

여러분, 오늘 내가 남긴 발자국이 내일의 길이 됩니다. 그러니 이제 우리 스스로에게 이렇게 약속했으면 합니다. “나는 방관하는 사람이 아니라 행동하는 시민으로 살겠습니다.”

그 다짐이 오늘 이 자리에서 끝나는 말이 아니라,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시작되는 첫 번째 발자국이 되기를 바랍니다.

 

관리자 (gptime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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